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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투

벌써 타투를 시작한지 1년 하고 한 달이 지났다. 시간이 정말 무섭게 흘러있었다. 11월이 되어 복귀한지 겨우 일주일 남짓인데 두 달 동안의 휴식이 말짱 도루묵이 된 기분이다. 아직 내 노력이 부족하다는 듯이 나를 무너뜨리는 예상치 못한 일들이 생긴다. 결과적으론 좋게 해결이 되어도 이런 예상치 못한 모든 일이 생길 때 마다 나는 정말 증발하고 싶다.

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상대하고, 비위를 맞추고, 하기 싫은 일을 해야하는 것은 다른 사회 생활과 똑같아, 근데 그 사회 생활들은 더 힘들잖아, 내가 나은거야 라고 생각하면 위로가 되기도 하지만 지금 이 일을 버티지 못하면 과연 내가 그 사회 생활로 돌아갈 기회가 생긴다 한들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자괴감이 든다. 나는 그 사회에 편입하지 못해 도망쳐 온 사람인데 앞으로도 계속 떳떳할 수 있을까? 솔직히 지금도 떳떳과는 거리가 멀다. 타투를 하면 할 수록 다른 사람들과 내가 비교되고 타투에도 사회에도 적응을 하지못한 부적응자가 되고 있는 것 같다. 애써 아닌 척 하지만 나는 떳떳하지 못하다. 내가 못할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내 직업과 실력이 창피해서, 어쩔 수 없이 차선책으로 타투를 선택 한 것 같아 떳떳하지 못하다.

지난 1년을 돌이켜보면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다. 내 체력을 모두 바쳤고 그마저도 모자라 모든 정신력을 갈아넣어 끊어질 듯 아슬아슬한 상태로 버텼다. 정말 가슴에 손을 얹고 일 외에는 다른 것을 생각할 겨를 없이 일을 했다. 자리를 잡기 전까지 쓰리잡을 하며 버텼다. 남들이 너 그러다 죽는다 할때도 난 일 생각만 했다. 친구도 연애도 취미도 휴식도 즐길 틈 없이 눈을 뜨면 잠들 때까지 일을 하고 일만 생각 했다. 언젠가부터 정말 나도 모르게 일만 하게 됐고 나중엔 일부러 일을 위해 다른 것들을 모두 내 삶에서 제외시켰다. 다른 자극이 생기면 혹여나 놓쳐버릴까봐 정말 간신히 버텼는데... 일년이 넘게 들어오지도 않던 블로그를 켜게 만들 만큼 데미지가 크다. 사실 너무 취해서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지난 라다크 여행에서 스탄진과 라다키들을 보며 나는 마음이 너무 울렁거려 매일 울음을 참았다. 잔인하다 싶을 만큼 척박한 땅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 만족하고 그것을 사랑하며 지내는 사람들. '그들의 만족도가 과연 진짜일까?' 하는 의문이 들지 않을 정도로 그들의 진심은 말과 행동 모든 곳에서 다 드러났다. 어쩜 저렇게 자신의 일과 환경을 사랑하며 즐길 수 있는지 그들의 자세를 이해하고 싶었고 내 일과 환경을 그들처럼 사랑할 순 없는건지 고민하고 내 자신에게도 담고 싶었다. 진정 내가 배워야할 자세였지만 도무지 배울 수 없었다... 그래서 여행을 빨리 끝내버리고 싶어 도망치듯 바라나시에 갔다. 춥다는 것은 핑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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